‘너무 소름 끼친다’ 요즘 동국대 나온 사람들의 분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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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대학서 사라진 인명록, 동국대서 부활
총동창회, 개교이래 23만명 정보 담아 논란

졸업앨범, 세무공무원 명단도 인터넷서 팔려
관련법 위반, 텔레마케팅, 피싱 등 악용 우려

‘동국대학교 졸업생들 정보 유출.’ 6월1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A씨는 동국대학교 총동창회에서 발간한 ‘2020 동국인명록’에 졸업생들의 개인정보가 다 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사진을 보면, 졸업생 이름은 물론 주소와 휴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직장명까지 다 나와 있다. 

A씨가 블라인드에 올린 동국인명록. 졸업생 이름과 학번, 직장, 전화번호 등이 나와 있다./블라인드 캡처

문제는 졸업생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그대로 실었다는 점이다. 엄연한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약 23만명 개인정보 담긴 동국인명록

동국대 총동창회는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인명록 제작에 나섰다. 이번 인명록에는 1908년 첫 졸업생부터 2018년 졸업생까지 110여년 동안 동국대를 졸업한 동문 명단과 주소, 직장,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동국대 졸업자 약 23만명의 개인정보가 다 담겨있는 책인 셈이다. 

A씨는 총동창회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도 못했는데 자신의 개인정보가 다 드러났다며 “너무 소름 끼치고 화난다”고 했다. 사실을 인지하고 총동창회에 전화한 A씨는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포통장을 만드는 등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하자 ‘원치 않는 전화를 받으면 전화하지 말라고 말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A씨에게 “그런 말도 못 하세요?”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A씨가 올린 글./블라인드 캡처

총동창회 관계자는 동문에게 미리 전화를 돌리고, 인명록 제작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또 영리 목적으로 제작한 게 아니고, 장학 기금과 대학 발전 기금 등을 모으기 위해 동문에게만 판매한다고 했다. 동국대 졸업생이 아니면 인명록을 살 수 없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다고도 덧붙였다. A씨처럼 개인정보가 실리는 것을 꺼리는 동문은 전화해서 요청하면 정보를 삭제해준다고도 밝혔다.

◇2015년, 인명록 보고 동창 사칭한 콜센터 적발

하지만 총동창회의 설명과는 달리 인명록은 최근까지 중고로 거래되고 있었다. YES24에 2020 동국인명록을 18만원에 판다는 게시글도 올라와 있었다. 현재는 페이지가 삭제된 상태다. 동국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주소록도 판매되고 있었다. ‘동문록’ 혹은 ‘인명록’이라고 검색하면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등의 인명록을 파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려대 정경대학, 연세대 공과대학 등 단과대학별 인명록도 있었다. 

졸업생들의 정보를 담은 인명록은 10여 년 전부터 개인정보 유출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보험회사, 결혼정보회사 등이 인명록을 입수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게 시작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서울 한 사립대학을 졸업한 B씨는 “졸업 후 결혼정보회사의 전화를 한 달에 10번은 넘게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5년에는 경찰이 인명록 정보를 보고 동창이라고 속여 8만여명에게 주간지와 블랙박스를 판매해 111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콜센터를 적발한 일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학 인명록(위) 2015년 대학 인명록을 활용해 11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콜센터에서 나온 대학 인명록(아래)./노란북 홈페이지·KBS 방송화면 캡처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끊이지 않자 대학 총동창회는 인명록 발간을 중단했다.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2012년 즈음부터 인명록을 발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2004년, 고려대는 2000년부터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인명록을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졸업앨범 교사 사진도 유출되는 사례 많아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주소록 형식의 명부는 대학 인명록뿐만이 아니다. 국세청 및 산하 세무서에서 일하는 세무공무원 인명록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정기인사가 마무리되는 1월이나 2월쯤이면 여러 업체가 세무공무원 인명록을 만들어 판매에 나선다. 세무공무원들은 세무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가 온 나라에 퍼지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하냐고 매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앨범에 나온 사진이 유출되는 사례도 흔하다. 졸업앨범에 나온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교사가 10명 중 7명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4월 28일 학교 졸업앨범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치원,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사 8122명 중 70.6%가 ‘본인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까 불안하다’고 답했다.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는 세무공무원 인명록(왼쪽) 졸업앨범에 들어가는 교직원 사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오른쪽)./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교사노동조합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교사도 621명이나 있었다. 맘카페에서 전년도 졸업앨범에 나온 교사 사진을 돌려보면서 외모를 평가하거나 학생의 가족이 졸업앨범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연락을 하는 등 피해 사례도 다양했다. 여교사 사진을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 범죄에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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