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고시라 불립니다, 대기업 직원도 반한 초봉 5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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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관리원 경쟁률 역대 최고
연봉·직업 안정성 높아 나날이 인기↑

환경관리원(옛 환경미화원)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환경관리원은 생활폐기물을 줍고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줄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내몰리는 사람도 생겼다. 지난 3월 일시휴직자 수는 역대 최고인 160만7000명. 일자리 불안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눈은 직업 안정성이 높은 직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환경관리원 모집 경쟁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30kg 모래 자루를 들고 서 있는 시간을 평가하는 환경관리원 체력 시험./TBC 유튜브 캡처

고도 경제성장기였던 1970~1990년대 환경관리원은 경비원·택배 노동자와 함께 기피 직업으로 꼽혔다.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이 하는 육체노동이라며 깎아내렸다. 아이들에게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청소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졸업장을 따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도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면서 60살 넘어서도 해고 걱정 없이 일하는 환경관리원 인기가 올랐다. 높은 경쟁률에 ‘신종 고시’라는 별명도 붙었다.

대졸 지원자가 절반 이상···수당 더하면 초봉 5000만원

지난 5월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환경관리원을 공개 채용했다. 8명 선발에 422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52.7대 1로, 역대 최고다. 응시자 가운데 절반 이상(51.7%)인 218명이 대졸 학력자다. 대학원 이상 학력인 사람도 2명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71명(40.5%)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140명(33.2%)이 지원한 20대다. 지원자 10명 중 7명 이상이 20~30대 청년이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충청북도 충주시 환경관리원 공채 경쟁률은 16대 1이었다. 14명 모집에 228명이 지원했다. 같은 달 구미시에서는 8명 모집에 228명이 몰렸다. 전주처럼 충주와 구미시도 대졸 청년층 지원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채용 과정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서류·체력평가(실기)·면접을 거친다. 체력평가에서는 윗몸일으키기·악력·20m 왕복 오래달리기 등을 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래 자루(남 30kg, 여 20kg)를 들고 서 있는 시간을 평가하기도 한다.

청년들이 환경관리원 채용에 몰리는 이유는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회사 소속이 아닌 지자체에서 직접 채용하는 경우 공무직 근로자 신분으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전주시 환경관리원 정년은 만 63세, 구미시는 만 61세다. 일반직 공무원 정년(만 60세)보다도 높다.

대기업을 다니다 환경관리원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TBC 유튜브 캡처

공무직 근로자라 승진은 없지만, 퇴직할 때까지 해마다 임금이 오른다. 환경관리원 초봉은 4000만원 초반대다. 여기에 군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받고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5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해 초 발표한 2020년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은 3958만원이다. 수당을 빼도 대기업 부럽지 않은 임금을 받는 셈이다.

환경관리원이 아무런 대가 없이 높은 임금을 받는 건 아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거리로 나와 청소하고, 날씨가 궂은 날에도 음식물쓰레기나 오물을 치워야 한다. 또 수십킬로그램에 달하는 쓰레기봉투를 옮기다가 허리나 어깨를 다치기도 한다. 봉투 안 유리에 찔려 상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2015~2017년 야간 안전사고를 당한 환경관리원은 1822명이었다. 이중 18명이 사망했다.

◇야간작업 없애고 근무환경 개선···사회적 편견 해소는 숙제

환경관리원이 야간·새벽 작업을 하다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늘자 환경부는 2019년 지자체에 새로운 작업안전 지침을 통보했다. 밤 대신 낮에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차에 카메라·반사 스티커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해 12월 31일에는 ‘환경미화 업무는 주간 작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예외 조항이 있지만, 개정안 통과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환경관리원 근무 시간을 낮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환경관리원 골병의 주범’이라 부르는 100리터 종량제봉투를 없애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그동안 100리터 봉투에 무거운 쓰레기를 꽉꽉 담아 배출하는 시민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관리원이 많았다. 봉투가 40~50kg에 달해 두 명이 겨우 옮길 때도 많다고 한다. 전라북도 익산시는 2020년 7월부터 종량제 봉투 최대 용량을 75리터로 제한한다. 경기도 의정부·용인·성남·부천·고양시도 100리터 봉투를 없앤다.

이동호 부산시의회 의원은 작년 환경관리원 비하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비디오머그 유튜브 캡처

근무환경은 나아지고 있지만, 환경관리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남아 있다. 2019년 3월에는 이동호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이 환경관리원 급여가 너무 높다면서 ‘신의 직장’이라며 비꼬았다가 비난받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 의원은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8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분이 월 급여가 542만4000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백 몇십만원 받는 줄 알았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또 “같은 기간 근무한 6급이나 5급(공무원)보다 급여가 훨씬 많다”라며 환경관리원 비하 발언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의원 월급이 더 아깝다’라는 여론이 생기자 결국 이 의원은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높은 업무 강도와 좋지 않은 시선에도 당분간 환경관리원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벗어날 기회로 여기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이 힘들어도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초봉 5000만원을 받는 직업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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