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인의 집, 22명이 3일 동안 이렇게 정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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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여간 우리나라에 있는 집 2500여곳을 다닌 사람이 있다. 전문 정리 컨설턴트로 집안을 정리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 개그맨 박명수, 가수 화사,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의 집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의 정리 비법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3만명, 유튜브 구독자는 12만명이다. 정리업체 ‘똑똑한정리’를 운영하는 정희숙(49)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똑똑한정리’의 정희숙 대표./똑똑한 정리 제공

-자기소개 해주세요.

“정리업체 ‘똑똑한정리’를 운영하는 정희숙입니다. 현재 한국정리컨설팅협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정리 컨설턴트는 무슨 직업인가요.

“집에 있는 물건을 정리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합니다. 어떤 자리에 어떤 물건이 있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들어 줘요. 많은 사람이 청소와 정리를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가 먼지, 곰팡이, 쓰레기 등을 치워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라면 정리는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에요.”

정 대표는 19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빠를 도와 서울 광장시장에 있는 주단 한복점에서 일했다. 이후 백화점 패션 매장 매니저로 일했다. 35세에 결혼한 후 5년 간은 주부로 살았다. 집에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집 정리와 청소를 하는 그를 보면서 주변에선 정리를 직업으로 권했다고 한다.

“집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재밌었어요. 매일 쓸고 닦고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임신했을 때도 창문 방충망을 떼서 닦을 정도였습니다. 집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 매일같이 가구 배치를 바꾸고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었어요. 깔끔한 성격 탓에 매일 소독 스팀기로 집 안 청소를 하고 솔로 책 위의 먼지를 털었습니다. 주변에선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라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육아와 살림만 하면서 답답해하던 참에 주변에서 정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보라고 했어요. 조카도 ‘이모, 정리 잘하잖아. 정리하는 직업이 있던데?’라고 하더라고요. 정리수납 전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2012년 한국정리수납협회(KAPO)에서 발급하는 정리수납전문가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똑똑한 정리’를 창업해 지금까지 2500여 곳에 달하는 집을 정리했습니다. 개그맨 박명수, 가수 화사,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의 집을 정리하기도 했어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 집./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정리된 한혜연씨의 집./똑똑한 정리 공식 블로그, 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작업 순서가 궁금합니다.

“크게 생각 정리, 공간 정리, 물건 정리 순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집을 정리하기 전에 고객을 만나서 2시간 정도 상담합니다. 고객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왜 정리하려고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고민하면서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보통 1~2년간 오랜 시간 고민한 후 연락하신 분이 많아요. 우울증을 오래 앓던 분, 갑자기 남편이 암에 걸린 분, 아내가 세상을 떠난 분 등 집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이 많습니다.

또 직업이 무엇인지, 전·월세인지 자가인지 등에 따라 집 정리 방향 달라집니다. 전·월세인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사를 해야 합니다. 붙박이장을 짜는 대신 행거를 이용해 정리합니다. 한 집에서 오래 산다고 할 경우 행거보다는 옷장을 짜서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솔루션 방향이 달라져요.

직업이나 취향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직업이 골프선수라면 골프용품을 쉽게 잘 찾을 수 있게 정리를 합니다. 캠핑을 자주 다닌다면 현관 가까운 쪽에 캠핑용품을 정리해두죠. 고객의 관심사나 취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듣습니다. 신발을 정리할 때도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신발의 뒤가 보이게 정리하고,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라면 신발의 앞부분이 보이게 정리합니다.

정리한다고 해서 다 버리는 건 아닙니다. 최근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 집을 정리했습니다. 옷이나 액세서리 등 아이템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버릴 게 없었어요. 연예인이나 스타일리스트는 옷이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 물건이 있어야 하는 집인 거죠. 대신 소재, 색, 길이별로 맞춰서 옷을 종류별로 정리했어요. 스타일리스트의 경우 옷에 붙은 라벨을 보고 옷을 찾습니다. 그래서 옷을 접을 때에도 라벨이 보이게 접었습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와 정대표./똑똑한정리 공식 블로그 캡처
개그맨 박명수와 정대표./정희숙 대표(@sook3190) 인스타그램 캡처

다음에는 공간 정리를 합니다. 방마다 용도를 먼저 정해요. 부부침실, 아이방, 서재, 취미 방 등 공간의 목적을 먼저 정합니다. 붙박이 빼고는 모든 가구를 다 꺼내서 다시 배치합니다.

이후 물건 정리를 합니다. 모든 물건을 꺼내 종류별로 나눠요. 문구류, 욕실용품, 사무용품, 악기류, 책 등으로 분류합니다. 거기에서 또 아빠 물건, 엄마 물건, 아이 물건 등으로 정리합니다. 이후 방의 용도에 맞게 물건을 채웁니다. 속옷, 양말까지 정리해요. 가구 배치를 안 하는 집인 경우 30평대 기준 7명이 8~9시간 동안 정리합니다. 가구 배치를 새로 하는 경우에는 10~12명이 이틀씩 하기도 합니다. 한혜연씨 집의 경우 3일간 총 22명이 정리했어요.

정리는 단순히 서랍장이나 선반에 물건을 넣는 게 아닙니다. 어떤 물건을 쓰려고 했을 때 그게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처음 고객의 집에 방문했을 때 ‘줄자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80%는 찾지 못합니다. 분명 있긴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거죠. 나중에 정리하다 보면 줄자 5개가 나옵니다. 정리가 잘된 집은 물건의 제자리가 정해진 상태입니다. 어떤 물건을 찾고 싶을 때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해요. 아빠, 엄마, 아이들 등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 물건의 자리를 알아요.”

혼자서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직원 15명과 함께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많은 사람에게 정리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 유튜브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3만명, 유튜브 구독자는 12만명에 달한다.

-정리정돈 기술은 어떻게 익혔나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터득하는 게 많았습니다. 첫 고객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 평창동에 있는 큰 저택이었습니다. 넥타이가 수백 개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론 수업에서 배운 대로 벨트를 고무줄로 묶어 돌돌 말아서 보관했어요. 2년 후에 그 고객이 이사하면서 다시 찾았습니다. 가서 보니 2년 전에 정리했던 벨트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가죽이 꺾이고 고무줄이 녹아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벨트는 말지 않고 풀어서 보관합니다.”

유튜브 채널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를 운영중이다./유튜브 채널 캡처
정리 전과 후./정희숙 대표(@sook3190) 인스타그램 캡처

-8년간 대한민국 집들을 다녔는데 어떤가요.

“지금까지 2500여 곳의 집을 다니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곳을 다녔어도 새로운 집에 가면 막막합니다. 사람, 물건, 집의 구조 등이 다 달라요. 의뢰인마다 스타일도 다릅니다. 매번 새로운 집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수납공간이 없어서, 집이 좁아서 정리를 못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물건을 줄여야 합니다. 요즘엔 물건 사는 게 쉬워져서 정말 많이 삽니다. 같은 물건을 쌓아놓고 있어요. 샴푸 한 통만 사도 되는데 한 번에 여러 개를 삽니다. 그걸 보관하기 위해 돈을 들여서 서랍장을 사거나 창고에 서랍장을 짜요.

버려야 할 물건을 안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언젠간 쓰겠지’라고 생각해요. 나무젓가락, 빵 봉지 끈, 고무줄, 딸기잼 병이 가득합니다. 영수증, 도시가스 고지서, 제품 설명서, 등까지 모아놓죠.

물건이 많아지니 보관해야 할 서랍장이나 장롱 등이 필요해서 가구를 삽니다. 가구가 많아져 집이 작아지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집 리모델링을 하거나 큰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큰 집에 가도 똑같아요. 25평에서 50평으로 이사 가도 정리를 못 하면 공간이 부족해지는건 똑같습니다. 물건을 줄이고 정리만 제대로 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물건을 많이 산다고요.

“집에 물건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집에 가면 생수를 천장까지 쌓아 놓고 있어요. ‘전쟁 나면 어떻게 해요’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못 나가면 어떻게 해요’라고 해요.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요. 방독면, 배낭, 전쟁 식량까지 쌓아놓은 집도 있습니다.”

가수 화사의 집도 정대표의 손길을 거쳤다./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도 유명한데요.

“무조건 다 버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그 물건을 또 사게 됩니다. 물건을 버릴 때 왜 샀는지, 왜 버리려고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중심 사회로 유대감이 끈끈합니다. 찬장을 열면 본인이 산 그릇, 친정어머니가 사준 그릇, 시어머니가 사준 그릇, 결혼선물 그릇 등이 다 따로 있습니다. 정 때문에 쉽게 다 버릴 수 없다고 해요.

버리는 것보다 분류가 먼저입니다. 분류는 곧 재고 조사입니다. 우리 집에 유리컵이 몇 개 있는지, 손톱깎이는 몇 개가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집 정리 후 고객이 ‘삶에 의욕이 생겼다’ ‘집에 빨리 가고싶다’ ‘살림할 맛 난다’ ‘행복하다’라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기본 비용은 100만원입니다. 자재 비용은 별도에요. 수납 바구니, 옷걸이, 바지 집게 등이 필요한 경우 삽니다. 50평 기준 보통 250만~300만원 정도입니다. 청소와 정리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 비싸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아예 다릅니다. 의뢰받은 일 중 30% 정도만 수락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제 손길이 있어야 하는 고객의 집만 맡습니다. ”

-정리 팁을 하나 소개해주세요.

“품목별로 정리해야 합니다. 하루에 한 종류씩 하는 게 좋아요. 오늘은 냄비, 내일은 컵 이런 식이죠. 예를 들어 물컵을 정리하겠다고 하면 집에 있는 모든 물컵를 꺼내서 쭉 세워놓습니다. 증정으로 받은 컵이나 이 빠진 낡은 컵은 버립니다. 필요한 것만 남겨놓을 수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정리를 통해서 고객의 인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다 버릴 필요는 없어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한국식 정리를 알리고 싶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생활습관이나 소비 지출도 점검했으면 합니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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