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이라고 치마 안 입어요” 유니폼에도 부는 젠더리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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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바지 입힌 경찰 캐릭터 
치마와 구두 벗어던진 승무원 
등교할 때 치마 입는 남학생

보통 유니폼은 남성과 여성이 나뉘어 있다. 대부분 남성은 바지, 여성은 치마를 입는다. 최근 성별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중성적인) 패션이 빠르게 퍼지면서 유니폼도 변하고 있다. 젠더리스는 남녀 모두 성의 구분이나 연령을 예측하기 어려운 옷을 입는 패션의 경향이다.  

여성 경찰을 상징하는 캐릭터 ‘포순이’는 만들어진 지 21년 만에 치마 대신 바지를 입는다. ‘여성은 치마를 입는다’는 고정 관념이 포순이 캐릭터에 녹아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속눈썹도 떼고 항상 귀를 가리고 있던 단발머리는 귀 뒤로 넘겼다. 국민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듣겠다는 의미에서 포돌이와 마찬가지로 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여자 경찰관도 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여성 경찰관의 상징을 치마로 고정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왼) 기존 포돌이·포순이 모습, (오) 변경 전 포순이와 변경 후 포순이./연합뉴스TV 영상 캡처, 경찰청 제공

바지 입은 포순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신체 활동이 많은 경찰복에 불편한 치마가 아닌 바지 잘 반영했다”며 “경찰은 활동성이 좋은 바지가 어울린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포순이 의상이 성 평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녀평등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외형을 똑같이 한다고 그게 평등하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포돌이와 포순이 이미지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문화 등 근무환경에서도 성 평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규칙 제고는 그 부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용어·훈령·예규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점검했고 균형 있는 인사가 이뤄지도록 출신·지역뿐만 아니라 성별을 추가로 반영했다.  

◇아름다움보다 고객 안전 우선시해 

‘스튜어디스’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유니폼은 몸에 달라붙는 H라인 치마와 꽉 끼는 블라우스, 그리고 딱딱한 구두다.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의 짐을 올리거나 음식을 나르는 승무원은 보기만 해도 불편하다. 아름다움만 강조하는 유니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항공기 서비스에서는 외적인 면모가 중요하지 않으며 승무원의 건강은 물론 승객의 안전에도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제공

 

 

 

 

 

 

 

 

 

논란이 커지자 대한항공·아시아나 등은 바지 유니폼을 도입했지만 정작 승무원들은 바지를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다. 여성 승무원들은 처음 입사할 때 치마 유니폼만 지급받는다. 바지를 신청하면 사무실로 불려가는 등 바지 유니폼을 입으려면 회사 눈치를 봐야 한다. 비행할 때마다 용모와 복장을 점검하는 ‘어피(appearance·승무원에 적합한 용모를 갖추도록 준비하는 것)’도 여전하다. 회사가 허용하지 않는 수준이면 벌점을 받는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청바지를 승무원 유니폼으로 정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장시간 비행하면서 업무에 불편함이나 여성 질환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비행기 비상 착수 시 승무원이 물에 빠질 경우 청바지가 물을 흡수해 몸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11년 만에 객실 승무원 유니폼을 변경했다. 청바지는 신축성 있는 소재를 적용하고 치마 유니폼을 추가해 직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왼쪽은 과거 진에어 유니폼, 오른쪽은 변경된 진에어 유니폼이다./진에어 제공

이런 불편한 유니폼을 바꾼 항공사가 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항공 시장에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한 ‘에어로케이항공’이다. 2016년 등장한 에어로케이는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신생 저비용항공사다. 에어로케이의 모든 승무원은 바지를 착용하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다. 재킷은 일반 재킷보다 기장이 짧아 활동하기 편하다.  

안전을 상징하는 노란색 ‘벨트’ 장식을 유니폼 곳곳에 넣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위급상황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데 그동안의 옷은 누가 봐도 불편해 보였다”며 “사고 발생 시 안전조치를 빠르게 해줄 것 같은 신뢰가 생긴다”고 칭찬했다. 용모 복장 가이드도 따로 없다. 승객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타투도 할 수 있다.  

에어로케이 객실·운항 승무원 유니폼./에어로케이 제공

◇아동복보다 작은 교복 없어져야 

교복은 젠더리스가 가장 필요한 옷이다. 여학생 블라우스는 길이는 짧고 몸통은 꽉 조여서 책상에 엎드리거나 버스 손잡이를 잡기 힘들다 없다. 학생들이 줄여 입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업체가 작고 짧게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교복 업체들은 날씬해 보이도록 라인이 들어간 ‘슬림핏’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TV만 봐도 연예인들이 입는 교복은 몸에 달라붙거나 길이가 짧다. 아이돌 무대의상으로도 교복은 단골 소재다.  

(왼)스마트쿄복 제공, (오)유튜브 교복입원 프로젝트 영상 캡쳐

키와 몸무게에 맞춰 나온 블라우스는 아동복과 비슷하다. 키 170cm인 여학생 교복 셔츠와 7~8세용 15호 아동복 사이즈를 비교해보면 별 차이가 없다. 가로 폭은 비슷하고 기장은 아동복보다 훨씬 짧다. 학교 교칙 때문에 체육복 등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없다. 생활복을 입는 학교도 있지만 등하교 땐 교복을 입어야 하는 학교가 많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교복 관련 청원은 꾸준히 올라온다. 교복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자 교복 브랜드 스쿨룩스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여학생 교복 바지 화보를 공개했다. 여성 교복 모델이 바지를 입고 화보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학생들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 편안하고 실용적인 교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청소년 문화를 교복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여학생 바지 생산 비율이 2018년과 비교했을 때 1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미 젠더리스 교복이 등장했다. 영국에서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120여 곳이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했다. 남학생용·여학생용으로 나누는 것은 물론 바지를 남학생 교복으로 규정하거나 치마를 여학생에게만 허용하는 것도 금지다. 더운 날씨에 남학생만 긴 바지 교복을 입는 것도 차별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바지냐, 치마냐가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편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왼)여학생 교복바지를 입고 있는 스쿨룩스 모델 걸그룹 아이즈원, (오)2017년 영국 엑세터 스쿨 남학생들이 교복 치마를 입고 여름에도 긴 바지만을 허용한 학교의 교복 정책에 항의하는 모습이다./스쿨룩스 제공, 굿모닝브리튼 캡처

◇직급·성 나누는 유니폼 아예 폐지하기도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유니폼 자체를 폐지하는 곳이 생겼다. 대부분 은행들은 대리급 이하 여직원 위주로 유니폼을 의무 착용하게 해 성·직급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복장 자율화를 도입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2019년 5월부터 전면 자율화를 시행했다. 신한은행은 2019년 6월 유니폼을 폐지했다. 남직원은 정장을 입되 노타이를 권하고 여직원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6월 1일부터 복장 자율화를 시행 중이다. 국책은행 중에서는 KDB산업은행이 2018년 11월 유니폼 입는 것을 없앴다. 다만 이들 모두 업권 특성상 고객 응대에 적합한 복장과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해야 한다. 

아직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지 않은 은행도 복장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여직원들에게 자율 복장을 허용 중이다. 남직원들은 넥타이 의무 착용을 폐지하고 여름철 반팔 셔츠도 허용하고 있다. 또 매주 금요일에 본점 직원들에 한해 캐주얼데이를 진행 중이며, 유니폼 폐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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