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손가락질받게 해서 속 시원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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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강력범죄 잇단 솜방망이 처벌… “판사 못믿겠다”

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만들고 “우리가 직접 벌한다”

여론은 ‘속시원하다’고 하는데… 억울한 피해자 양산하기도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 낮은 형량을 받거나 심지어 집행유예로 나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한다. 시민들은 끔찍한 범죄자를 놓아주는 판사들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최근들어 이같은 솜방망이 판결이 잇따르자 사법부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라는 이 사이트에는 주로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등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돼 있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폭언·폭행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갑질 주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 사진뿐 아니라 나이와 연락처, 주소 등도 공개된다. 지금까지 이 사이트에는 약 100여명의 신상 정보가 올라와있다.

◇속 시원하긴 한데… 공개 여부는 누가 정하나?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캡처

이러한 신상공개 사이트들은 “악성범죄자가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교도소 측도 사이트를 통해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형벌을 가하지는 못하지만, 신상공개를 통한 망신만으로도 어느 정도 분이 풀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를 올릴지 혹은 말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과연 공정하냐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판사, ‘위안부 망언’을 했다는 교수 등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그밖에도 형사범죄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100인’에 들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이는 이들도 대거 등장한다. 요컨대 ‘사이트 운영진이 알고있는 나쁜 사람들 중 정보가 찾아지는 이들의 신상을 두서없이 나열한’ 느낌이다. 최근 경찰은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공익성 없다면 또 하나의 ‘강남패치’일뿐…

배드파더스에 이름을 올렸던 김동성 전 쇼트트랙 선수. /조선DB

디지털교도소 같은 신상공개 사이트는 ‘사회적 심판’이란 공익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명예훼손 처벌을 피할 정도의 공익성을 인정받는 것은 간단치 않다. 2017년 개설된 ‘배드파더스’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사이트는 법적으로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됐음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주로 아빠)의 신상을 공개한다. 신상공개 대상이 아주 명확하다. 이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공개 망신을 당한 뒤 160여명의 ‘나쁜 아빠’가 양육비를 지급했다.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을 실현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에는 악의적인 비방이나 모욕적인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모씨는 2020년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공익목적이 있다고 본 것이다.

/강남패치 화면 캡처

법조계에선 디지털교도소가 과거 SNS에 일반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던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과 오히려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16년 ‘강남패치’, ‘한남패치’ 등의 계정 운영자들은 ‘성매수·성폭력 남성을 고발한다’,‘유흥업소에서 돈을 번 것을 숨기고 제2의 인생을 신다’ 등의 이유를 내걸고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했다. 역시 뚜렷한 기준 없이 운영자 자체 공개기준에 따라 공개하다보니 점점 정보 공개 대상이 모호해졌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기에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속 시원하다고 정의가 구현되지는 않는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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