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도 한계…이제 승무원 꿈 포기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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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백(20대 90%는 백수)’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삼일절(31세 넘으면 절대 취업 못 함)’.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들이다. 이제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30세가 넘었다. 취업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취업 연령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구직난은 더 심각해졌다. 청년들은 일명 ‘취린이’(취업 준비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취업 시장에 처음 뛰어든 취준생을 뜻함)’에서 ‘취른이’(취업 준비와 어른을 합친 말)가 되고 있다. 졸업도 미루고 스펙 쌓기에 매달렸지만 구직난에 취업은 못 하고 나이만 먹어간다.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tvN 드라마 ‘미생’

◇취업 경쟁 치열…신입사원 고령화 현상 심해져

취업 문은 점점 좁아지는데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체 조사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8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30.9세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는 25.1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대졸 신입 평균 입사 나이는 27.3세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가 20년 만에 약 6살가량 많아진 것이다. 신입사원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면 올해에도 평균 나이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30대 ‘늦깎이’ 신입사원이 이젠 그렇게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많아지고,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증이나 직무 요건 등 스펙을 쌓기 위해 준비 기간이 길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또 취업 후 다른 회사 신입사원으로 재취업하는 이들의 영향도 있다고 봤다.

늦깎이 아나운서 지망생을 연기한 배우 김하늘./JTBC ’18 어게인’

◇“이젠 꿈 포기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 20대 취준생 직격탄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고용 시장의 20대 취준생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이 7월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7%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6월(11.4%)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고용률은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6.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기업이 채용의 문을 닫거나 채용 인원을 대폭 줄인 탓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20대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것도 이를 설명한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만1000명 늘었다. 취업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일시적으로 취업을 포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연령층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딘 점이 마음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중에서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보고 있는 배우 황승언. /웹드라마 ‘달콤청춘’ 캡처

실제로 취준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 등을 보면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어나 자격증 등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졸업까지 미뤘는데 취업은 못 하고 나이만 먹어간다고 했다. 2년째 구직 활동을 하는 취준생 A씨(28)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스펙 쌓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용 시장이 더 나빠져 장기 취준생이 되고 있다. 이제 학교에서 졸업 유예를 허용하는 기간도 끝나 다시 복학을 해야 하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국공 사태’로 취업 절벽에 서 있던 청년들의 불만이 터졌다. 인국공 사태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 검색요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말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 고용 시장이 축소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고 참여 인원은 현재(7월17일 기준) 34만5000명이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항공업계의 채용 계획도 멈춘 상태다. 단기간 안에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승무원이나 조종사 등의 꿈을 포기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한 승무원 취업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버텼는데 이제 한계다. 나이도 찰 만큼 찬 상태라 정리하려고 한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면접을 보는 구직자들. /웹드라마 ‘달콤청춘’ 캡처

◇미취업 상태 장기화할 경우 생애 소득 감소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면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를 보면 “미취업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단기적 임금 손실 외에도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는 시점이 평생 임금에 큰 영향을 줬다. 보고서는 “첫 입직이 1년 늦으면 같은 연령의 근로자보다 10년 동안의 임금이 연평균 4~8%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조선일보에 “1년 정도 취업을 하지 못해도 시작점이 달라져 그에 따른 소득감소가 생애 소득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첫 일자리가 갖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청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첫 직장을 얻기 위해 취업 준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경력 손실로 인해 임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KDI는 정부가 이 같은 ‘첫 일자리 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정책을 펴기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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