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땀’을 볼 때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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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맞춤법’ 저자 소설가 김서령
‘상추’ 아니라 ‘상치’ 고집하던 어린 시절
틀린줄 몰라서 틀리게 쓰는 우리말 맞춤법

◇간단 우리말 테스트

1. ‘겨땀’이 난다 vs ‘곁땀’이 난다

2.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vs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3. ‘사단’이 나다 vs ‘사달’이 나다

4. 왜 ‘엄한’ 사람한테 화를 내니 vs 왜 ‘애먼’ 사람한테 화를 내니

5. ‘쓰잘머리’ 없는 짓 vs ‘쓰잘데기’ 없는 짓

1번부터 5번까지 둘 중에 표준어는 무엇일까. (정답은 아래에 공개)

등단 17년 차 소설가 김서령(46)은 올해 5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자책 ‘우아한 맞춤법’을 펴냈다. 일상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 300개를 소개한다. 소설처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설명은 줄이고 예문을 많이 담았다.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냄비 대신 ‘남비’, 상추 대신 ‘상치’ 등 (당시의) 표준어를 고집했다. 주변에서 “쟤는 대체 왜 저래”라고 말할 정도였다. 맞춤법에 예민한 ‘꼰대 어린이’였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설가 김서령./본인 제공

(정답 : 곁땀 / 평안 감사 / 사달 / 애먼 / 쓰잘머리)

-원래 작가가 꿈이었나요.

“10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만화책을 보면 항상 혼이 나는데 소설책은 밥상머리에서 읽어도 칭찬을 받더라고요. 그때부터 책벌레로 지냈어요. 작가 말고 다른 삶은 꿈 꿔 본 적 없습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어요. 신춘문예는 20번 넘게 떨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 30살에 ‘현대문학’으로 처음 등단했습니다. 그 뒤로 ‘티타티타’,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등 소설과 산문책을 쓰고 번역도 했습니다.” 

-소설가가 맞춤법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맞춤법을 틀린 줄 몰라서 계속 틀립니다.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이다 보니 틀린 말이라고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 문창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쓰기 클래스도 운영하면서 작가 지망생을 많이 만났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자주 틀리고 어려워하는 맞춤법이 어떤 게 있는지 데이터가 많이 쌓였죠. 

복잡하고 어려운 문법 설명은 최대한 줄이고 예문을 많이 넣었습니다. 모두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이에요. 틀린 맞춤법이라고 상상도 못했을 표현들도 있습니다. 책을 쓰려는 작가 지망생, 자소서를 준비하는 취준생,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썼어요. SNS 글이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더 단정하게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합니다.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으로 출간했어요. 펀딩 목표의 1600%를 넘겼습니다. 텀블벅에서 나온 전자책 중 판매량 4위에요. 지금은 펀딩이 끝나고 일반 온라인 서점에서 e북으로 판매 중입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출간한 e북./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원래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요.

“어릴 때부터 책벌레로 살면서 맞춤법에 예민하게 굴던 꼰대 어린이였어요. 당시만 해도 ‘냄비’가 아니라 ‘남비’가 표준어였습니다. 1988년에 냄비로 표준어가 바뀌었죠. 사람들은 다 냄비라고 발음했지만 저는 꿋꿋하게 남비라고 했어요. 다들 ‘쟤는 대체 왜 저래’라는 반응이었죠. 초등학교 때도 받아쓰기 시험은 한 번도 틀려본 적 없어요.

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소설가 김소진입니다. 그분 인터뷰를 보면 국어사전을 씹어 먹듯이 공부했다는 일화가 많이 나와요. 제가 한창 대학을 다닐 때 그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날 서점에 가서 새 국어사전을 한 권 샀어요. 첫 장에 김소진 작가를 추모하는 글을 한 줄 쓰고 달달 외울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그만큼 소설을 쓸 때도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썼죠.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더 이상 교정볼 게 없다’, ‘이런 작가님은 처음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나 재미있는 표현을 소개한다면요.

“이제 여름이잖아요. 겨드랑이 땀을 말할 때 쓰는 ‘겨땀’이 표준어가 아닌 건 다들 알고 계세요. 그런데 똑같은 뜻을 가진 표준어 ‘곁땀’이 있다는 건 잘 모르시죠. 또 “아주 사단이 났어”라고 말하는데, 사실 ‘사달이 나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사단’은 ‘사건의 실마리’를 뜻하는 아예 다른 단어에요. “이 범죄의 사단을 구해야 해”라고 말할 때 쓸 수 있죠. ‘사달’이 ‘사고나 탈’이라는 뜻입니다. “넌 왜 엄한 동생을 괴롭히니”도 틀린 문장입니다. ‘엄한’은 말 그대로 ‘엄격한’이라는 뜻밖에 없어요. ‘엉뚱한 사람’을 말할 때는 ‘애먼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댕댕이’ 등 신조어를 사용하는 모습./유튜브 화면 캡처

-신조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또 온라인에서는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프로불편러’라는 반응도 있는데요.

“신조어는 언어를 가지고 재밌게 노는 거잖아요. 언어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계속해서 변합니다. 사람이 언어에 맞춰서 사는 게 아니라 언어가 사람에 맞춰야 하죠. 저도 ‘댕댕이’(강아지), ‘네넴띤’(비빔면) 같은 표현을 좋아합니다. 다만 한글은 기본적으로 발음과 생김새가 예쁜 언어에요. 우리말을 더 예쁘고 단정하게 쓰기 위해 맞춤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도 직접 운영한다고요. 

“소설가로만 17년을 살다 보니 더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문단이라는 곳이 보수적이고 외롭습니다. 항상 혼자 작업해야 하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또 사실 한국 문학이 독자들과 친하지 않아요.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자 결심했어요.  책도 예뻐야 사람들이 찾아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폴앤니나라는 출판사를 차리고 일러스트 소설 시리즈를 3권 냈어요. 한국 소설에는 삽화가 거의 없습니다. 저희는 드로잉메리, 제딧, 살구 등 인기 일러스트 작가들과 함께 작업해 소설 안에 15컷 정도 그림을 넣었죠. 덕분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매출이 온라인보다 더 잘 나오는 편입니다. 요즘은 서점에서 표지만 보고 책을 고르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김 작가./본인 제공

-앞으로 계획은요.

“폴앤니나 운영에 빠져서 제가 원래 소설가인 걸 까먹고 지냈어요. 올해는 장편 소설책을 1권은 쓰려고 합니다. 원래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실용서를 쓰고 있었어요. 그중에 한 챕터로 잘 틀리는 맞춤법을 소개하려 했죠. 그런데 쓰다 보니 양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아예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 ‘우아한 맞춤법’입니다. 이제 원래 계획했던 실용서도 다시 완성하려 합니다.”

글 CCBB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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