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가 하락하자…회장님이 가장 먼저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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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하면 증여세 부담 줄어
300억원대 대규모 주식 증여한 LS 총수 일가
CJ 이재현, 주가 내려가자 기존 증여 취소 후 재증여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연초 2100대였던 코스피 지수는 3월19일 1450대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2262에서 두 달 만에 약 800포인트가 급락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 542조2150억원이 사라졌다. 주가가 하락하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늘었다.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의 시작이었다. 

드라마에서 주식 투자에 실패한 후 실성한 듯한 모습을 보인 성동일./tvN 방송화면 캡처

주가 하락을 반긴 이들이 또 있다. 몇몇 기업의 총수 일가가 주가 하락을 틈타고 주식 증여에 나섰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상장 주식의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식 가격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50%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을 계기로 증여에 나선 기업들을 알아봤다.

◇주가 25% 떨어지자 대규모 증여한 LS

LS그룹 총수 일가는 5월 11~12일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주식 95만9000주를 증여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두 딸에게 10만주씩,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두 명의 조카에게 6만주씩 증여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아들과 친인척 등에게 12만7000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두 자녀에게 10만주씩, 구자균 LS ELECTRIC 회장은 두 자녀에게 5만주씩을 각각 나눠줬다. 구자홍 회장의 누나인 구근희씨는 자녀들에게 14만2000주를 나눠주고, 7월 16일 추가로 7만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총 475만1413주. 주가가 내려간 틈을 타고 갖고 있던 주식 중 20.5%를 나눠준 것이다. 증여 액수로 따지면, 5월 12일 LS 주가 3만49000원 기준으로 총 335억원대에 이른다. LS 주가는 지난해 말 4만7800원 수준이었다. 코로나 여파에 5개월 새 25% 가까이 떨어졌다.

LS 총수 일가가 총 증여세를 얼마나 줄일 수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주식 증여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증여가 이뤄진 시점부터 앞뒤로 2개월씩 총 4개월 가격 평균이다. 증여 2개월 전인 3월 12일 LS 주가는 3만2150원, 2개월 후인 7월 10일 주가는 3만5000원이다. 전체 기간의 평균은 따로 따져봐야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주가가 4만원대로 오른 날은 3일에 불과했다. 주가 하락에 힘입어 증여세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GS그룹도 총수 일가도 자녀들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4월 28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들에게 19만2000주를, 5월 12일에는 허 부회장 누나인 허연호씨가 아들에게 8만28주를 증여했다. 이외에도 이연제약, SPC 삼립, 동서식품, 샘표그룹, 조광페인트 등의 기업에서 주식 증여가 이뤄졌다.

LS·GS 외에 주식을 증여하고 나선 기업들./TV조선 방송화면 캡처

◇CJ 이재현, 증여 취소 후 재증여로 100억원 이상 세금 줄여

코로나로 주가가 내려가자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한 사례도 있다. CJ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장녀 이경후 CJ E&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 제일제당 부장에게 보유 중인 CJ주식회사 주식을 각각 92만주씩 184만주를 나눠줬다. 주식 가액은 한 주당 약 6만6000원 수준으로, 한 사람당 약 610억원씩 총 1220억원 규모였다. 증여로 내야 하는 세금만 약 72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다. 4월 1일 기준 CJ주식회사 주가는 4만1650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36.3% 내려갔다. 두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 가치는 약 1220억원에서 762억원으로 450억원 감소했다. 증여 규모와 증여세가 비슷해진 것이다. 그러자 CJ그룹은 3월 30일 주식 증여를 취소하고, 4월 1일 다시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상속세법상 증여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증여 취소 후 재증여로 이재현 회장은 약 150억~200억원가량 세금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증여를 취소 후 다시 증여한 이재현 회장./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주식 팔기도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그룹 핵심 계열사 주식을 매각한 회사도 있다. 다우키움그룹의 지주회사인 다우데이타는 3월 23일과 24일에 걸쳐 자사주 16만5878주를 이머니에 팔았다. 25일에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자사주 94만주를 이머니에 매각했다. 사흘 동안 110만5878주, 약 57억원 어치의 주식이 이머니로 넘어간 것이다. 김 회장은 4월에도 이머니에 130만주를 추가로 팔았다. 다우데이타 주식을 산 이머니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대 주주인 회사다. 장녀 김진현씨와 차녀 김진이 키움투자자산운용 해외채권팀장도 각각 6.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우데이타가 다우키움그룹의 최상위에 있는 지배기업이라는 점이다.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는 다우데이타와 다우기술, 키움증권 순으로 이어진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으로 다우데이타는 다우기술 지분 44.85%를, 다우기술은 키움증권 지분 48.33%를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머니가 다우데이타 지분을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머니 최대 주주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이 이머니에 주식을 매각한 것을 승계 작업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2월 중순 8000원대였던 다우데이타 주식은 3월 23일 5290원까지 떨어졌다. 4월 중순에는 7600원대까지 주가를 회복했다. 사실상 주가가 내려간 틈을 타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주식 거래에 부과된 세금은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장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주식 거래는 시장 가격으로 이뤄지는 만큼 싸거나 비싸게 팔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도 늘어

한편 총수 일가가 아닌 일반 개인들도 주가 하락에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나섰다. 세법상 10년마다 미성년자 자녀에겐 2000만원까지, 성인 자녀에겐 5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자녀가 3명이면 3명 모두에게 각자의 한도 내에서 증여할 수 있다.

아이들 이름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힌 현영./SBS 방송화면 캡처

실제 3월 한 달 동안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6배 증가했다고 전해진다. DGB 대구은행은 올해 1~6월 사이에 만 18세 미만의 누적 증권연계계좌가 60%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미성년자 증권연계계좌는 1300개에 불과했지만, 6월 말 2072개로 대폭 늘었다. 인터넷에서도 주식 증여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0년마다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증여를 시작하면 자녀가 20대 때 약 1억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11세에 2000만원, 21세에 5000만원을 주면 9000만원을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붙지 않아 주식 증여가 절세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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