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달아 주고 홍보하더니…“우리 개 아닌데요”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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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마스코트로 삼았다, 안귀여워지니 파양한 경찰서

고양이역장, 강아지순경, 주무관견… 홍보용으로 써먹지만

필요없어지면 토사구팽… “홍보란 이름의 동물학대 멈춰라”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왕순이를 지켜주세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경기도 포천시의 포천파출소에서 약 3년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 왕방이·왕순이가 있는데, 파출소 측이 이 강아지들을 파양한다는 내용이다. 왕방이·왕순이는 2018년 당시 근무하던 경찰관들이 데려온 유기견들로 파출소 마당에 마련된 견사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파출소장은 SNS에 왕방이와 함께 순찰하는 사진을 올렸고, 동네 주민들은 강아지를 보려고 파출소를 찾기도 했다. 심지어 서울에서 놀러온 관광객들까지 ‘포천명물’ 왕방이·왕순이와 사진을 찍었다. 파출소는 강아지들 목에 경찰 계급장(순경)도 달아줬다. 파출소는 왕방이·왕순이를 활용해 별도의 홍보 영상도 제작하려 했다고 한다.

◇계급장까지 달아줬으면서… 이젠 내 개가 아니다?

순경 계급장을 달고 있는 ‘포천명물’ 왕방이(왼쪽 사진)와 파출소 마당에 있던 견사(오른쪽). 왕방이 순경은 이제 다시 유기견이 됐다. /인터넷 화면 캡쳐

그러던 포천파출소가 지난6월 왕방이·왕순이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파출소는 주택가 중간에 위치해 있다. 처음엔 작고 귀엽던 강아지들이 성견이 되면서 밤낮없이 짖어대는 통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왕방이·왕순이는 평소 돌봐주던 이웃 주민이 관리하고 있다. 파출소 마당에서 순경 계급장 달고 살았지만, 파출소 측은 “개의 소유주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입양 당시 ‘동물등록’을 편의상 경찰서가 아닌 이웃 주민 명의로 했는데, 이를 근거로 소유권을 부인하고 있다.

몇 년 키우다 내다 버릴 강아지들에게 순경 계급장은 왜 달아줬을까. 심지어 파출소 소유도 아니라면서 말이다. 홍보를 위해서다. 세상 좋아졌다고 해도 파출소는 평범한 시민들에겐 여전히 불편한 곳이다. ‘귀여운 강이지 순경들, 이 녀석들을 돌봐주는 다정한 경찰관들이 있는 곳’으로 포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포장을 잘만 하면 이미지 개선 정도가 아니라 기대 못한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주워온 개로 ‘타마’를 꿈꾸는 공무원들

최초의 동물역장 타마(왼쪽 사진). 타마는 천수(16년)를 누리고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오른쪽 사진은 타마 기차와 고양이 모양으로 리모델링 된 역사 모습. /조선DB 

동물을 마스코트로 삼는 홍보의 원조는 일본의 한 시골역이다. 2006년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와카야마전철’은 기시역을 무인역으로 전환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시골이라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였다. 텅 빈 무인역은 근처 상점에서 키우는 고양이 타마(たま)의 놀이터가 됐다. 와카야마전철 고지마 미츠노부 사장은 쇄락한 시골역을 홀로 ‘돌보는’ 타마에게 역장 직책을 줬다. 연봉은 ‘1년치 사료’였다. 고양이 머리 크기에 맞는 역장 모자도 만들어줬다. 귀여운 고양이 역장의 등장에 일본 전국에서 관광객이 기시역으로 몰렸다. 타마 역장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연간 12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타마는 2015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타마의 장례식에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타마의 성공 이후 국내에 이를 벤치마킹한 사례가 대거 등장한다. 2009년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대구1호선 반월당역 명예역장에 초미니 애완견(일명 티컵강아지) ‘담비’를 임명했다. 대체 티컵강아지가 왜 반월당역의 상징이 돼야 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특수사료를 먹여 키워 성견 무게가 1㎏도 안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담비는 자신을 명예역장으로 임명하는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죽는다. 견주와 차에서 내리던 중 인도에 머리가 부딪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는 티컵강아지 생산 자체와 이를 홍보에 활용하려고만 한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을 강력 비판했다.

◇문자 그대로 ‘토사구팽’… 그만 좀 해라

반월당역 명예역장 담비(왼쪽), 역곡역 명예역장 다행이(오른쪽 상단), 가평경찰서 명예의경 잣돌이(오른쪽 하단) /인터넷 화면 캡쳐

부천 역곡역 명예역장 ‘다행이’의 운명도 기구하다. 다행이는 2014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쥐덫에 걸려 다리를 잃은 뻔 했던 유기 고양이다. 소식을 들은 김행균 역곡역장은 다행이를 데려와 명예역장에 임명했다. 김 역장은 2003년 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다가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던 의인이다. 그런 김 역장과 다행이의 만남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김 역장이 다리 수술을 위해 잠시 휴직을 한 사이 발생했다. 역곡역 측은 다행이를 홍보에만 활용할 줄 알았지 돌볼 의지는 없었다. 역장이 자리를 비우자 다행이를 유기동물센터로 보냈고, 다행이는 그곳에서 행방불명됐다.

이뿐 아니다. 2017년 가평경찰서 명예의경 ‘잣돌이’는 경찰서 생활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차에 치여 숨졌다. 가평의 특산물이 잣이라서 잣돌이라고 이름 붙이고 경찰 제복까지 입혔었다. 2019년 유튜브 스타로 육성되던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의 강아지 주무관 ‘곶감이’도 농약을 잘못 먹고 죽었다. 모두 사고였다지만, “동물이 살기 부적합한 관공서에 데리고 왔으면, 제대로 관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소방서, 경찰서, 지하철역 등 관공서들이 동물들을 홍보용으로 사용한 뒤 인기가 시들해지면 몰래 버리거나 관리 소홀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은 최소 15년간(동물 수명) 강아지·고양이를 돌본다는 의지가 없으면 동물을 이용해 SNS 할 생각 자체를 버려라”고 말했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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