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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동기 시대부터 우주복까지...이 사람 손을 타야 ‘천만 영화’

영화 의상 디자이너 권유진(59)씨

작업실에 들어서자 한복, 군복, 갑옷 등 시대를 넘나드는 의상이 눈에 띄었다. 벽에 걸려 있는 영화 포스터 밑으로는 형형색색의 원단이 돌돌 말려 있었다. 재봉틀 옆에는 수십 가지의 오색실이 걸려 있었다. 작업실만 봐도 어떻게 일하는 지 저절로 그려졌다. 충무로에서는 이 사람의 손길이 닿은 영화는 소위 ‘대박’이 난다고 유명하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만 5편이다. 우리나라 최초 영화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한 어머니를 이어 2대째 영화 의상을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 권유진(59)씨를 만났다. ![1.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23/23a0131e2971cce519121583c4fc790b0dcb97489f6042dbc861f448b6e0932a/23a0131e2971cce519121583c4fc790b0dcb97489f6042dbc861f448b6e0932a.jpg) 권유진 영화 의상 디자이너./jobsN **-자기소개를 해달라.** “34년째 영화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권유진이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입는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갑옷, 한복, 군복 등 역할에 어울리는 의상을 만든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1985년 영화 ‘길소뜸’으로 데뷔했다. 150편이 넘는 영화에서 의상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그중 5개가 관객 1000만명이 넘게 본 천만 영화다. 영화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부산행’, ‘국제시장’이다.” **-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한국 최초 영화 의상 디자이너인 이해운이다. 데뷔작은 영화 ‘단종애사(1956)’다.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 일을 도왔다. 재봉틀을 잘 다뤘다. 버선처럼 간단한 소품을 만들었다.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게 좋더라. 보람을 느꼈다. 사실 의상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어릴 때 어머니가 권유한 적은 있었지만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군 제대 후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12시간 수술을 받으셨다. 수술 다음 날 중환자실에 면회를 하러 갔다. 어머니의 사지를 묶어놨더라. 간호사에게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영화 촬영 현장에 가봐야 한다고 링거를 뽑고 나가셨다더라.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보다 영화가 더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충격이 컸다. 어머니를 도와 영화 의상 디자이너를 본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의상 공부를 시작했다. 어머니께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나면서 배웠다. 의상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사극을 주로 했기 때문에 한국 복식사 공부를 많이 했다. 고증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영화 의상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맞게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b8/b8cae0cc1d065f103f1e5cebf9a1c71d22a4051dc00d025dccf3b97c91aa07ba/b8cae0cc1d065f103f1e5cebf9a1c71d22a4051dc00d025dccf3b97c91aa07ba.jpg) ![3.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91/916afd882f2a08162873247759313aa22160fe9ab3e842686ce48f18dd32dcad/916afd882f2a08162873247759313aa22160fe9ab3e842686ce48f18dd32dcad.jpg) 권유진 디자이너의 작업실./jobsN **-영화 의상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의상 디자인을 먼저 해야 한다. 대본에 나온 캐릭터를 보고 의상 콘셉트를 짠다. 배우 사진, 캐릭터 설명, 대본만 보고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대본을 읽으면 캐릭터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이 중요하다. 주연배우는 보통 캐릭터 설명이 있다. 단역 배우는 캐릭터 설명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span style="color: #000000;;">‘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span>’에서는 삼국파, 창이파, 마적단 등 여러 파가 나온다. 삼국파는 힘없는 약소국이라고 상상했다. 창이파는 열강이라고 생각해 의상 아이디어를 냈다. 의상을 만들기 전 비용 견적을 낸다. 의상 구분표가 있다. 배역과 인원수를 체크한다. 어떤 배우가 몇 번째 씬에서 옷을 갈아입는지, 어떤 씬에서 옷이 여러 벌 필요한지 표에 정리한다. 예를 들어 영화 ‘광해’를 찍는다고 하자. 촬영 전 왕의 곤룡포, 평상복, 변복 등 필요한 의상을 확인한다. 싸우거나 칼에 맞는 장면이 있다면 이때 피가 묻는지, 대역은 있는지 확인한다. 여벌로 몇 벌이 더 필요한지 미리 확인한다. 원단, 색깔, 단추 종류, 소매 길이까지 다 정한다. 주로 동대문에 자주 간다. 중국 원단 시장에 가서 비단을 구해올 때도 많다.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원단 비를 산정해 견적서를 쓴다. 영화사에 의상 견적서를 낸다. 금액 협상을 한다. 마지노선의 금액을 정한다. 의상비가 너무 적어지면 의상 퀄리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옷이 완성되면 현장에 가기 전 배우에게 미리 입혀본다.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본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고쳐준다. 보통 사극의 경우 의상비만 억대 비용이 든다. 의상 종류, 수량 등을 보고 작업 기간을 생각한다. 보통 영화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의상을 준비한다. 현재 영화 '명량'의 후속 영화인 '한산' 의상 제작을 준비 중이다. 영화 ‘한산’은 2020년 3월 크랭크인(영화에서 촬영개시를 뜻하는 말)한다. 12, 1, 2월을 의상 제작 기간으로 정했다. 11월 초까지 의상 디자인의 최종 확인을 받아야 한다. 11월 말부터는 옷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놈놈.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99/995f7f6f67c598c56c840386ae4d750070c207371dfcc5a315124feb3c0ebf20/995f7f6f67c598c56c840386ae4d750070c207371dfcc5a315124feb3c0ebf20.jpg)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스틸컷 **-영화 한 편당 몇 벌의 의상을 만드나.** “보통 영화 한 편을 찍을 때 수 백벌에서 수 천벌의 의상을 만든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찍을 때는 양복만 180벌 이상 만들었다. 주연배우뿐 아니라 대역배우, 단역배우, 보조 출연자의 의상까지 만든다. 캐릭터당 옷을 한 벌만 만드는 게 아니다. 총을 맞거나 싸우는 장면이 있다면 같은 옷을 3~4벌씩 만들어야 한다. 옷에 구멍이 나고 피가 묻기 때문이다. 영화 ‘<span style="color: #000000;;">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span>’에서 배우 이병헌은 2가지 옷을 입고 나온다. 각각 8벌씩 만들었다. 총을 맞고 피 흘리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총을 많이 맞아서 영화 촬영 후반부에는 준비한 의상이 부족했다. 총을 맞으면 의상에 구멍이 난다. NG가 나면 그 의상을 다시 입지 못한다.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사극에서도 주연배우 의상은 보통 3벌 이상 준비한다. 전쟁하는 장면이 있다면 전쟁 전에는 갑옷이 깨끗해야 한다. 전쟁 중에는 의상에 피가 묻어 있고 지저분해야 한다. 싸움이 끝나면 의상이 다 찢어지고 피가 더 많이 묻어있어야 한다. 갑옷이 현장에서 깨지기도 한다. 미리 여분을 준비해 놓는다. 갑옷의 경우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재봉틀 자국이 나면 안 된다. 본드로 붙이고 손바느질로 꿰맨다.”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갑자기 주인공 의상이 바뀔 때가 있다. 영화 ‘서편제’에서 배우 김명곤씨가 흰 두루마기를 입고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 연출부가 김명곤씨는 흰두루마기를 안 입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안 챙겼다. 현장에 도착했더니 감독이 흰두루마기를 찾더라. 현장에 있던 흰 치마 3개를 뜯어서 흰 두루마기로 밤새 만들어야 했다. 현장에서 흰 기모노를 만든 적도 있다. 자동차 트렁크를 뒤져보니 하얀색 공단이 있더라. 호치키스, 양면테이프, 손바느질로 4시간 동안 만들었다.” ![6.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d6/d6c0c3ef3dc6e2ba42bdf4c5deb4691d69e8c80b85ab0a52e2d89704a4a2076b/d6c0c3ef3dc6e2ba42bdf4c5deb4691d69e8c80b85ab0a52e2d89704a4a2076b.jpg) 배우 배두나 씨./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스틸컷 ![5.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93/933adc021840be7df3d7a42213c6a6f25f4f2fd6f0bb6b76ce3bb8ab9b2f10d0/933adc021840be7df3d7a42213c6a6f25f4f2fd6f0bb6b76ce3bb8ab9b2f10d0.jpg) 배우 이정재 씨./영화 '대립군' 스틸컷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배우를 만나 의상을 피팅할 때가 재밌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촬영 때였다. 배우 배두나씨가 옷을 피팅하러 왔다. 모자가 달린 큰 망토 의상이었다. 배두나씨가 옷을 입더니 ‘춤을 춰야 할 것만 같은 옷’이라고 하더라. 옷을 입고 춤을 췄다. 모두가 웃었다. 끼가 많은 배우였다. 배우 이정재 씨가 영화 의상을 마음에 들어 하기도 했다. 영화 ‘대립군’ 촬영 때였다. 가죽으로 만든 옷이었다. 소품 칼을 달라고 하더니 칼을 쥔 채 포즈를 취했다. 불편한 데 없냐고 물었더니 딱 좋다고 하더라. 배우가 옷을 입어보고 좋아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배우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소매를 세 번 접어라’ ‘단추는 두 번째까지만 채워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긴다.” **-일반 의상 디자이너와 차이점은.** “양희득 패션 디자이너와 친분이 있다. 군대 후임이다. 최근 일반 의상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묻더라. 난 일반 의상은 못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옷은 못 만들 것 같다. 대본의 캐릭터를 보고 그 성격에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옷과 완전히 다르다. 또 보통 일반 의상 디자이너는 여성복, 남성복 등 전문적인 분야를 정해 옷을 만든다. 영화 의상은 그런 게 없다. 청동기 시대 때 옷부터 우주복까지 만들어야 한다.” ![ㅇㅇㅇㅇㅇㅇ.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79/79031f2f6e0e5df89db5f35ae40ec869aea2b9cf0b482fa4d0a28a8d05834358/79031f2f6e0e5df89db5f35ae40ec869aea2b9cf0b482fa4d0a28a8d05834358.jpg) 150편이 넘는 영화에서 의상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그중 5개가 관객 1000만명이 넘게 본 천만 영화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명량’, ‘부산행’, ‘국제시장’ 포스터 캡처 ![7.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62/62e73c6dab7fdea49e192c12fd7b28ab1e1dada15ec8535ee425ed497df383ac/62e73c6dab7fdea49e192c12fd7b28ab1e1dada15ec8535ee425ed497df383ac.jpg) 권유진 디자이너의 작업실 장식장에 있는 트로피./jobsN **-장식장에 트로피가 많다.** “1993년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로 32회 대종상 의상상, 2008년 영화 '<span style="color: #000000;;">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span>으로 46회 대종상 의상상, 2012년 영화 '광해'로 49회 대종상 의상상을 받았다. 노력에 대해 보상받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제는 쑥스럽다. 후배들이 많이 받았으면 한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맡았던 영화가 호평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많은 스태프가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좋아하면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다. 힘들게 고생하고 노력했는데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속상하다. 엔딩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걸 보고 우는 후배도 있다. 촬영하면서 고생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 **-어머니께서는 영화를 보고 어떤 말씀을 하셨나.** “어머니보다 스승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어머니에게 많이 혼나면서 일을 배웠다. 어머니가 영화 ‘광해’를 보고 난 후 처음으로 칭찬해주셨다. ‘잘 만들었다. 수고했다’고 하셨다. 요즘은 어머니가 힘든 길로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4.jpg](//d3c6ckx7lkrl7o.cloudfront.net/media/26/260d1a5cbf061da9ebc8a6d16ee47db8247d45d6dc4219ec257586b13a359e1f/260d1a5cbf061da9ebc8a6d16ee47db8247d45d6dc4219ec257586b13a359e1f.jpg) 권유진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jobsN **-수입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먹고 살 정도는 번다. 영화사와 계약을 한다. 작품 수와 경력에 따라서 받는다. 영화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처음 영화 의상 디자이너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최저급여에 따른 기본급을 받는다. 영화 한 편을 찍을 때 보통 한 달 320시간을 계약했다. 320시간 일하면 240만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받는다. 비가 많이 와서 촬영을 못 할 경우 받는 돈이 적어진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수입이 줄었다더라.” **-본인만의 습관이나 고집이 있나.**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 낚시를 하러 간다. 잡생각이 없어진다. 오로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머릿속을 정리하기 좋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 캐릭터 의상을 고민해야 하는데 왜 생각이 안 날까 고민하고 있더라. 머릿속을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생각한다. 낚시하러 다녀오면 희한하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또 할리우드 영화의 의상 디자인 제작을 맡고 싶다.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영화 의상을 만들고 싶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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